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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만 하면 혈압이 뚝↓…'식후 저혈압' 예방할 방법은?
건강의 지표로 흔히 확인하게 되는 혈당과 혈압. 보통 음식을 먹은 후에 혈당을 재 보면 혈당이 오르는 것이 관찰되는데, 혈압은 오히려 평소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현기증 등 각종 저혈압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두고 '식후 저혈압'이라고 하는데, 고령일수록 더욱 발생 가능성이 높고 위험하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식후 저혈압이란 무엇인지, 증상을 줄일 방법은 없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식사 후 자리에서 일어나면 '비틀'…저혈압 발생하는 이유는?
식후 저혈압은 혈액이 소화기관으로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음식을 소화하고 흡수하기 위해서는 위와 장이 활발히 움직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 평상시보다 많은 양의 혈액이 소화기계로 모이게 된다. 이 탓에 상대적으로 다른 장기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들게 되면서 저혈압을 겪을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사실 건강한 사람들은 음식물을 소화하는 정도의 활동을 하느라 다른 장기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들지 않도록 혈액을 준비하고 보상하는 능력이 충분하다. 그래서 식후에도 평상시와 비슷한 수준의 혈압이 유지된다.
하지만 파킨슨병이나 당뇨병, 심부전 등 다른 질병으로 인해 자율신경계의 보상 능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 또는 탈수나 출혈 등으로 혈액량이 감소한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순환기내과 한상진 교수(한림대학교성심병원)는 "이러한 질환이 있는 경우 혈액이 충분히 전신에 공급되지 못하고, 혈압이 일시적으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노년기에는 자율신경 반응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반면, 자율신경 보상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식후 저혈압이 쉽게 나타난다는 것이 한 교수의 설명이다.
문제는 식후 저혈압 탓에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면, 순간적으로 두통과 현기증이 찾아오면서 중심을 잡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몸을 무리해서 움직이다 보면 낙상과 골절 등으로 인해 신체가 손상될 수도 있고, 심한 경우 뇌로 가야 하는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서 의식 저하나 실신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예방하려면 식습관 점검해야…병원 가야 할 때는?
사실 식후 저혈압은 생활 속 작은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식습관부터 점검해야 하는데, 식사 30분 전 물을 1~2잔 정도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식전에 물을 마시면 위가 약간 팽창해 포만감을 주고, 혈관 수축 작용을 돕기 때문. 실제로 물을 마신 후 식사를 했을 때 수축기 혈압 변화가 적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음식을 먹을 때는 적은 양으로 나누어서 조금씩 자주 먹고, 소화가 빠른 탄수화물보다는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나 단백질 위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거나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다 보면 소화기관이 과도하게 활동하게 되어 혈압이 더 쉽게 떨어질 수 있어서다.
식사 후에는 몸을 갑작스럽게 움직이기보다는 잠시 다리를 높게 둔 채로 눕거나 앉은 자세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서 있다 보면 하체로 혈액이 몰려 소화기계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는 만큼, 저혈압이 더욱 쉽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만약 어지럼증이나 두통 등이 느껴진다면 무리해서 움직이지 말고, 충분히 안정을 취해야 낙상 등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일과 중 혈압을 꾸준히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휴식을 취한 후 혈압이 어느 정도 정상화되었다면 괜찮지만, 계속해서 혈압이 떨어지거나 저혈압 증상이 너무 심한 경우라면 빠르게 병원으로 갈 것을 권한다. 한 교수는 "식후 저혈압은 아침에 잘 발생하기 때문에,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인 경우라면 점심 이후로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며 "이렇게 약물 복용 조절이 필요한 경우, 임의로 결정하기보다는 의료진과 상의 후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도움말 = 한상진 교수(한림대학교성심병원 순환기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