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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부터 늙는 귀, 방치하면 치매 온다"…난청 예방 수칙 3가지는?
인간의 오감 중 청각은 뇌를 깨우는 가장 강력한 '자극제'다. 귀로 들어온 소리 신호는 뇌세포를 끊임없이 활성화하는 에너지원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 통로가 막혀 소리 자극이 줄어들면, 우리 뇌는 서서히 위축되고 퇴행하면서 결국 치매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건국대병원 이비인후과에서 22년간 난청 환자를 진료해 온 신정은 교수는 "생물학적인 귀의 노화는 40대부터 시작되지만, 최근 잦은 이어폰 사용 등으로 그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며 "난청 관리는 특정 연령의 문제가 아니라, 뇌를 보호하기 위해 평생 실천해야 할 필수적인 예방 조치"라고 강조했다. 난청과 치매는 어떻게 연결되며, 이를 막기 위한 일상 속 실천 수칙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의학적으로 '난청'이란 정확히 어떤 상태를 말하나요?
제대로 잘 듣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우리 귀에는 '와우'라고 하는 기관이 있는데, 완두콩만 한 크기로 우리 몸에서 가장 작은 장기예요. 그 안에는 수만 개의 청각 세포들이 있어서 소리를 받아 뇌까지 전달하는 역할을 하죠. 이 와우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청각 세포가 손상되어 소리 전달이 제대로 안 되는 상태, 이것을 바로 '난청'이라고 합니다.
난청 환자의 주된 연령층은 어떻게 되나요?
갓난아기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층에서 나타납니다. 신생아는 유전적인 원인, 소아는 잦은 중이염, 청년층은 이어폰이나 게임 소리 등에 의한 '소음성 난청', 그리고 노년층은 노화로 인한 '노인성 난청'이 주원인입니다. 그래서 실제 진료실에서는 0세부터 100세 어르신까지 아주 다양한 환자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일반 난청과 노인성 난청은 어떻게 다른가요?
일반적인 난청은 귀지 막힘이나 고막 천공 등 소리 전달 경로에서 문제가 생기면 발생합니다. 하지만 노인성 난청의 핵심은 뇌에 가까운 신경이나 와우 세포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말소리 분별력'의 저하입니다. 어르신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 있죠? '들리긴 들리는데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못 알아듣겠다.' 단순히 소리가 작게 들리는 게 아니라, 말소리의 구분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이 노인성 난청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겪게 되나요? 실제 환자 비율은 어떤가요?
네, 난청은 노화와 함께 찾아옵니다. 흔히 노화는 외형적인 변화가 있어야 온다고 생각하시지만, 우리 몸은 성장이 멈추는 순간부터 노화가 시작됩니다. 귀의 노화는 보통 40대부터 시작되어, 본인이 실제로 불편을 느끼는 건 50~60대 이후입니다.
통계를 보면 65세의 약 30%, 75세는 50%, 85세가 되면 세 명 중 두 명이 보청기가 필요할 정도의 난청을 겪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보청기에 대한 편견 때문에 착용률이 22%에 불과합니다. 의사가 권유하면 80~90%가 착용하는 미국과는 대조적인 안타까운 현실이죠.
난청이 치매로 연결된다는 게 사실인가요?
그렇습니다. 놀랍게도 청각은 태어나기도 전인 임신 7개월이면 성인과 똑같은 기능을 갖추고, 심지어 임종 후에도 약 2시간 동안 청각 세포의 반응이 유지될 정도로 인간 생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핵심 감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중요한 청각 기능이 떨어지면 뇌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됩니다. 난청이 치매로 이어지는 기전은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 '뇌의 과부하'입니다. 잘 안 들리면 듣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기억력이나 판단력 등 다른 기능에 쓸 에너지가 부족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뇌 퇴행이 빨라지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둘째, '뇌 자극의 감소'입니다. 예전에는 작은 소리까지 다 뇌에 전달돼서 자극이 됐는데, 난청이 오면 큰 소리만 전달되고 중간 소리들은 다 잃어버리죠. 우리가 운동을 안 하거나 깁스를 하면 근육이 위축되는 것처럼, 뇌도 자극을 받지 못하면 위축이 더 빨리 옵니다.
셋째, '사회적 고립'입니다. 잘 듣지 못하면 사람들이 움츠러들고, 사회성이 떨어지고, 친구도 멀리하게 되면서 혼자 고립된 생활을 하게 돼요. 그러면 노인 우울증 위험도 높아지고, 이 사회성 부족이 치매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거든요.
실제로 존스홉킨스 연구팀이 1만 명 이상을 10년 넘게 추적 관찰해서 치매 발병과 관련된 12가지 위험 요소를 찾아냈는데, 그중의 첫 번째가 바로 난청이었어요. 경도 난청, 즉 약한 난청만 있어도 치매 발병률이 2배 높아지고, 중등도는 3배, 고도 난청 환자는 5배나 높았습니다. 보청기 없이 생활이 힘든 정도의 난청이 있으면 치매 위험이 그만큼 커지는 거죠.
난청을 빨리 치료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핑거 테스트'라고 불리는 대규모 연구가 있는데요, 수만 명의 환자를 2년 반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조절 가능한 5가지 요인만 잘 관리해도 치매를 85%나 예방할 수 있다고 나왔어요. 그 5가지가 난청 관리,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심혈관 건강 관리, 그리고 사회성 유지입니다.
그렇다면 스스로 난청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노화는 서서히 진행되어 스스로 변화를 감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본인이 느낄 정도면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 경우가 많죠. 가장 좋은 건 정기 검진이지만, 일상에서는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세요. 친한 친구에게 '가끔 나랑 대화할 때 답답해? 내가 동문서답할 때가 있어?'라고 물어보세요. 또 배우자가 '불러도 대답이 없다'거나 'tv 소리가 너무 크다'고 한다면, 이런 일상의 변화들이 바로 난청의 신호입니다.
난청의 일반적인 치료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난청도 원인이 다양해서 정확한 진단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만 노인분들의 경우 수술이나 약물 치료로 좋아지는 경우는 드물어요. 만성 질환이나 노화로 인한 결과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주로 재활에 초점을 둡니다. 보청기, 인공와우 이식 수술, 골도 보청기 등 듣는 것을 도와주는 여러 기기들이 있는데, 상황과 질환에 따라 맞춤형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옵션이 있으니 전문가를 찾아가서 제대로 진단받아보시길 권합니다.
떨어진 청력이 회복되는 케이스도 있었을까요?
바이러스 감염으로 갑자기 생기는 돌발성 난청은 스테로이드 치료를 잘 받으면 30% 정도에서 완벽하게 회복되기도 해요. 하지만 오래된 당뇨나 고혈압 합병증, 소음성 난청이 진행되어 생긴 노인성 난청은 약물 치료로는 젊어질 수 없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 현실을 직시하고 적극적으로 재활 치료에 임하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평소 난청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의사들이 항상 강조하듯 '나쁜 것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술, 담배, 큰 소리. 이 세 가지가 귀에 정말 나쁩니다. 우선 귀로 가는 영양분과 혈류가 원활해야 하는데, 술과 담배는 혈류량을 줄입니다. 따라서 금연·금주는 물론이고, 당뇨·고혈압·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잘 조절해 혈액순환을 관리해야 합니다. 또한 짜지 않게 먹어서 고혈압을 조절하고 혈액순환을 관리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리고 본인이 지르는 소리도 귀에 영향을 주므로,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는 것도 피하는 게 좋습니다. 귀가 너무 피곤하지 않도록, 약간의 집중만으로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적절한 소리 크기를 찾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난청이 조금씩 진행 중이라면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요?
저는 항상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씀드립니다. 귀에 좋다는 특별한 약보다 이 세 가지 기본 건강 관리가 우선입니다. 그리고 일상에서 소리 자극에 민감해지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운전할 때 바깥이 시끄러운데 라디오를 크게 틀고 다니는 건 정말 나쁜 습관이에요.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것도 마찬가지죠. 바깥 소음보다 더 큰 소리를 듣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우리가 눈이 피곤하면 어떻게 하시나요? 눈을 감죠. 눈으로 오는 자극을 막으려고 하는 거죠. 마찬가지로 청각도 쉬어줘야 합니다. 음악을 30~40분 들었으면 5~10분은 소리를 멈추고 침묵을 찾으세요. 이미 난청이 있다면 하루 한두 시간이라도 일부러 조용한 시간을 가지시길 권합니다.
젊은 세대들의 이어폰 사용은 괜찮을까요?
정말 좋지 않습니다. 클럽 등 시끄러운 곳에 자주 가거나 무선 이어폰을 장시간 사용하는 젊은 층은 나중에 인지장애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예전엔 70~80대 치매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50~60대 치매가 굉장히 많이 늘고 있어요. 젊은 시절 소음성 난청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은 영향이라고 학계에서도 보고 있습니다. 난청은 태어나면서부터 조심해야 하고, 관리를 하셔야 합니다. 나이 상관없이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이에요. 소리 자극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으면 뇌가 퇴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 꼭 기억하세요.
일상에서 어느 정도를 '소음'이라고 생각하고 피해야 할까요?
기준은 아주 간단합니다. '내 목소리보다 큰 소리'는 다 소음입니다. tv를 볼 때 내 일상 대화 목소리가 묻혀버린다면 그 tv 소리는 소음입니다. 이런 소음을 하루 2시간씩 듣는다면 스스로 청력을 해치는 나쁜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현대인들은 엄청난 소음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무감각한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난청으로 고민하시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가장 흔한 질환이지만, 동시에 관리하고 예방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침묵을 찾아가는 습관, 내 목소리보다 큰 소리는 피하는 습관, 그리고 혈액순환을 위한 금연·금주. 이 세 가지만 잘 지키신다면 노후에도 아름다운 음악과 자연의 소리를 만끽하며 건강하게 보내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