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고도 불린다. 진행 속도가 더딘 편이고, 조기에 치료하면 예후가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착한 암은 없다. 갑상선암도 골든타임을 놓치면 주요 장기로 전이될 수 있고, 재발의 위험도 있다. 따라서 갑상선암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위험 요소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주기적인 검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갑상선암의 위험 요인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은 방사선 노출이다. 목 주변에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갑상선 발병 위험도가 증가하며, 특히 노출된 나이가 어릴수록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력도 갑상선암의 중요한 위험요소 중 하나다. 또한 국내외 연구를 통해 비만, 비알코올성 지방간, 인공조명도 갑상선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병의 근원 '비만', 갑상선암 위험도 높인다
지난 1일,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명승권 교수는 2001~2023년에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22건의 코호트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비만한 사람은 갑상선암의 발생위험성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0여 년 전부터 비만이 갑상선암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었지만, 이후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서 관련성이 없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최근까지 발표된 연구를 모두 포함해 메타분석 연구를 시행했다. 그 결과, 비만한 사람은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갑상선암의 발생빈도가 33% 높게 나타났다. 이는 연구의 질적 수준, 성별, 나라별 등 세부군 메타분석에서도 일관된 결과를 보였다.

명승권 교수는 비만이 갑상선암의 발생을 높이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고 전한다. 우선, 비만한 경우 혈중 갑상선자극호르몬(tsh) 수치가 높아져 갑상선을 자극함으로써 갑상선암 발생이 높아질 수 있다. 또 비만한 경우 인슐린 저항성 및 고인슐린혈증을 초래하고 갑상선의 인슐린유사성장인자-1(igf-1) 수용체를 자극해 갑상선 세포의 증식을 유발함으로써 갑상선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본 연구논문의 제1 저자는 인도네시아의 우르파 카이라툰 히산(urfa khairatun hisan)이며, 논문은 종양학 scie 국제학술지인 '영양과 암(nutrition and cancer)'에 온라인으로 출판되었다.

젊어서 온 지방간, 갑상선암의 위험인자
젊을 때 생긴 비알코올성 지방간도 갑상선암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이원영 교수팀은 20~39세 성인 310만 명을 대상으로 지방간 지수에 따른 갑상선암 발생 위험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방간 지수가 정상인 그룹 대비 지방간 지수 30 이상 60 미만인 경우 갑상선암 발병 위험이 남성 1.36배, 여성은 1.44배 높았다. 지방간 지수 60 이상인 경우에는 정상인 그룹 대비 갑상선암 발병 위험이 남성 1.71배, 여성 1.81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는 경우 인슐린 저항성, 만성적인 염증 상태, 갑상선 자극 호르몬의 상승 등으로 인해 갑상선암 발생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측한다"고 전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임상내분비 및 신진대사학(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and metabolism)'에 게재됐다.

조명 켜고 자면 갑상선암 위험↑
야간 조명이 갑상선암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힌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암협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암(cancer)' 온라인판에 게재된 연구로, 연구진은 조명이 생체리듬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해 50~71세 미국인 약 46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야간 조명에 가장 많이 노출된 이들은 적게 노출된 이들과 비교해 갑상선암 위험이 55%나 높았다. 특히 조명과 갑상선암 발생의 연관성은 여성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구진에 따르면 갑상선암 발생 위험이 여성은 81% 증가한 반면, 남성은 29% 증가에 그쳤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야간 조명이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쳐 암과 싸우는 인체의 능력을 떨어뜨려 갑상선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번 연구로 조명과 갑상선암 위험 사이의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야간 조명이 갑상선암을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